한인 유학생들 “한국으로”… 경기침체 여파 미국 내 취업 막혀[아틀란타 중앙일보]
한국이 그나마 낫다 귀국 잇달아
최근 에모리 대학을 졸업한 정호경 씨(23·경영학 전공)는 미국 기업의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쉽지가 않다. 주변 한국 유학생들도 대부분 한국 기업을 두드리고 있다. 정씨는 “한국의 경기상황이 훨씬 더 양호한 것 같고, 한국 유학생중 80~90%는 취업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시간주립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서모씨(30·경영학 전공)도 “미국 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한다”며 “학교 동기들을 봐도 졸업생의 90%는 한국 기업에 취직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몇몇 졸업생들도 모 대기업 서류전형에 합격해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기침체 영향으로 미국에서 취업하기가 어려워지자 한국 유학생들의 가장 큰 희망은 미국에 남기보다는 한국 기업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으로 바뀌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과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진 점도 유학생들의 유(U)턴 현상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미 기업들, 채용 비용 아껴= 비자문제는 유학생들이 한국 기업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다. 미국 기업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데다 외국 인력 채용에 필요한 비자 스폰서 비용까지 부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에모리대학에 재학중인 정모씨(22·경제학 전공)는 “미국 기업들은 같은 조건이면 비자 스폰서 부담이 없는 자국민 졸업생을 뽑는다. 대다수 유학생들이 한국 기업으로 취업하거나 대학원 입학을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유학생들뿐 아니라 한인 1.5세, 2세들의 한국행도 눈에 띈다. 메릴랜드 주립대학을 졸업한 1.5세 정혜주(27·회계학 전공)씨는 작년부터 한국의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정씨는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고 있어 실상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커리어를 쌓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 글로벌기업 위상 ‘껑충’= 한국 글로벌 대기업들의 약진도 유학생들이 주저않고 한국행을 결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삼성, LG는 물론, 불황속에서도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현대·기아차 등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미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못지않다.
조지아텍 한인학생회 회장을 맡았던 장유선씨(전자공학 박사)는 “미국 기업에 일자리가 없기도 하지만 삼성과 LG 등의 한국 기업 선호도는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인도계로 조지아텍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아푸르바 모한씨는 “프랑스에 있는 삼성법인 등에서 일하는 인도 친구들로부터 한국 기업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듣고 있다”며 졸업 후 한국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기업, 해외 인재 채용 적극적= 한국 기업들도 해외 인재들에 대한 채용문을 활짝 열고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뉴욕, 보스턴 등 미국 주요 도시를 방문해 한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 중앙일보와 아시안 리쿠르팅 업체 ADI 주최로 열린 채용 박람회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의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30% 가량 증가했다.
뉴저지에 있는 리쿠르팅 전문업체인 HRCAP의 존 정 이사는 요즘의 유학생 인력시장 상황에 대해 한국 대기업들을 ‘바이어’, 유학생들을 ‘셀러’로 표현할 만큼 한국의 50대 대기업들이 한국 유학생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업종별로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채용시장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며 “반면, 한국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경력자를 비롯한 해외 인재들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권순우 기자
david0602@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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